1. 압력과 분자수

우리가 실현시킬 수 있는 공간이란 가스분자가 전혀 없는 공간이 아니라, 희박한 상태를 말한다. 가스분자가 전혀 없는 절대진공은 만들 수 없다. 1기압은 토리첼리의 수은주로 760mm가 되고, 토리첼리의 이름을 따서 1기압을 760토르(torr)라고 한다, 최근에는 국제단위인 파스칼(pascal)로 바뀌었으며, 1토르=133파스칼이 된다.

가스분자가 희박한 정도에 따라 채혈관 등의 저진공(100파스칼 이상), 네온사인등의 중진공(100~0.1파스칼), TV 브라운관 정도의 고진공(0.1~10-5파스칼), 트리스칸 가속기 등의 초고진공(10-5 ~10-9 파스칼)으로 분류되고, 최근에는 극고진공(10-9 파스칼 이하)이 라는 것도 나와 있다. 그런데 압력의 단위인 파스칼은 1m²를 1뉴턴(N)의 힘으로 누르고 있는 압력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공간에는 공기가 있는데, 그 압력은 지표면에서 1기압(105 파스칼)이다. 그러면 그 공간에는 어느 정도의 가스분자가 존재하고 있는지 생각해 보기로 하자.

고등학교 화학시간에 배운 표준상태와 아보가드로 수를 기억해 보자. 0℃ 1기압에서는 22.4리터 체적의 공간에 6X10²³개의 가스분자가 있다. 1cm³ 당으로 환산하면 약10¹9개의 분자가 된다. 실용규모에서 현재 최고인 10-¹¹파스칼의 극고진공에서는 1cm³의 공간에 약1,000개의 가스분자가 존재한다. 이것은 지구와 달의 중간, 지구와 태양의 중간, 혹은 은하계 우주공간의 진공과 거의 비슷하다. 이들 진공은 조금씩 다르다고 한다.

의외로 우주왕복선 등 위성궤도 부근에서는 10-⁴파스칼에서 10-6파스칼이다. 특히 우주왕복선 부근에서는 우주왕복선 자체로부터 방출되는 가스분자 때문에 진공은 더 나빠지게 된다.

우주왕복선의 속도는 초속 약 10km이며, 우주왕복선 표면으로부터 방출되는 가스분자의 속도는 열운동 속도로서 0℃의 질소에서는 초속450m이기 때문에, 우주왕복선 주위의 가스분자 속도에 비하면 훨씬 빠르다. 따라서 우주왕복선의 진행방향 뒤쪽에는 극고진공의 포켓(pocket)이 만들어진다고 생각된다. 즉, 목욕탕 물 속에서 급격히 손을 움직이면 손이 휩쓸고 지나간 공간이 생기며, 목욕탕 물이 공간을 다시 메우는 데는 약간의 시간이 걸리는 것과 마찬가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