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용기의 벽과 충돌하는 분자

토리첼리의 실험에서 설명한 수은을 밀어올리는 대기의 힘은 진공용기의 벽에 분자가 충돌하여 생기는 힘과 같은 성질의 것이다. 이 분자의 충돌속도와 빈도는 어떻게 되는지 생각해 보자. 공간에 존재하는 분자는 제멋대로 움직이고 있으며, 분자들끼리도 충돌하지만 용기의 벽과도 충돌한다는 것은 이미 이야기했다. 단위시간 동안 단위면적의 벽과 충돌하는 분자수는 가스분자의 밀도와 분자의 평균속도의 곱의 1/4로 나타낼 수 있다.

상온에서 분자의 평균속도는 음속 정도로서 질소는 매초 450m 정도이다. 상온 1기압의 공기 중에서 1초 동안 1㎠ 의 면적과 충돌하는 분자수는 3X1023 개다. 벽과 충돌하는 이 분자수는 다음에 이야기하는 진공게이지와 깊은 관계가 있다. 즉, 진공게이지란 대부분의 경우 진공게이지가 점유하고 있는 공간에 날아들어온 가스분자의 수에 비례한 값을 측정하고 있다. 벽과 충돌하는 가스분자 수는 가스분자의 종류와 속도에 따라 변할 것이고 추측할 수 있을 이다.

여기서 예로 든 평균 가스분자 수는 온도가 20℃인 질소가스의 경우이지만, 수소와 같은 가스분자는 공간을 날아다니는 속도가 훨씬 빠르다.

서로 연결된 두 개의 진공용기 벽에 구멍이 있으면 그 구멍으로 흘러 들어오는 가스가 통과하는데 (펌프로 배기하는 경우를 가정),그 구멍으로 흘러 들어오는 가스의 양은 1초동안 1㎠ 당 약 10리터이다. 이 양은 구멍의 컨덕턴스(conductance) 라 불리며, 펌프에 의해 배기 시스템의 설계에 중요한 요소가 된다.

이 경우에도 질소를 표준으로 계산하고 있지만 가스분자의 종류에 따라 다르며, 가벼운 수소에서는 컨덕턴스가 커진다